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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은 지난 150년간 석유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이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관영 교수는 석유 시대의 역사를 되짚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답이 수소에 있다고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화석연료가 만든 현대 문명의 발전 과정과 그 한계, 그리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경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석유, 수소 에너지

    화석연료가 만든 현대 문명의 역사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250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계 산업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석탄이라는 지하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처음으로 대량의 동력원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철 생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철광석 Fe2O3에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석탄에서 만든 일산화탄소 CO를 사용하는 고로 기술은 화석연료 대량 활용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석유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1800년대 말, 처음에는 등불용 연료로 사용되던 석유는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사를 통해 산업화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포경 산업은 석유가 등장하자 급격히 쇠퇴했습니다. 그러나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으로 석유 산업도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다임러의 내연기관과 루돌프 디젤의 디젤 엔진 개발로 석유는 수송용 연료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은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철도, 기관총, 참호전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전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바쿠 유전의 확보였습니다. 영국이 러시아와 이란 사이 카스피해 주변의 바쿠 유전을 장악하면서 전쟁은 종결되었고, 이후 베르사유 평화조약을 통해 국제연맹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평화 기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동 지역에 영국군을 주둔시켜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이처럼 화석연료는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국제 정치와 전쟁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혁명과 석유화학 산업의 발전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을 꼽는다면 첫 번째는 암모니아, 두 번째는 플라스틱입니다.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하버-보슈법은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화학 비료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1900년 이전까지 거의 정체되어 있던 전 세계 인구는 암모니아 합성 기술 개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인류의 식량 문제가 화학 기술로 해결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버는 유태인이면서 독일에 충성하여 독가스를 개발한 전범이었지만, 그의 업적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인정받아 1918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플라스틱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초기 당구공은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졌는데, 당구가 국민 스포츠처럼 인기를 끌면서 엄청난 수의 코끼리가 희생되었습니다. 존 하이엇이라는 발명가는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뛰어난 셀룰로이드를 합성하여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당구공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플라스틱의 시작이었습니다. 열을 가하면 녹아서 형상을 바꿀 수 있고, 굳으면 탄성이 나오는 이 신소재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원유를 증류하면 다양한 석유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그중 납사를 원료로 하는 것이 석유화학 산업입니다. 납사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같은 기초 유분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합성 수지, 합성 섬유, 합성 고무 등이 생산됩니다. 현대인이 소지하는 물품의 70%가 석유화학 제품입니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이고, 돌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이며, 가죽처럼 느껴지지만 역시 플라스틱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석유화학 산업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레이더, 나일론 낙하산, 플라스틱 헬멧 등 전쟁 물자에 석유화학 제품이 대거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일과 일본이 석유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피셔-트롭쉬 FT 반응 기술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C와 H를 가진 물질로 합성가스(CO와 H2의 혼합물)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석유를 합성하는 기술이 이미 1940년대에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화석연료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탄소 기반 에너지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증명합니다.

    태양에너지와 수소 경제로의 전환 가능성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정유 산업 세계 5위, 석유화학 산업 세계 4위 수준입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같은 인구 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성과는 중계 무역과 가공 산업의 성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미세먼지 등 석유 문명의 부작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욕망의 단계를 살펴보면 미래 산업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비료와 섬유 산업에 집중했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모두 화학공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의식주가 해결되자 편리함을 추구하며 기계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자 산업이 성장했습니다. 컬러 TV 한 대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보던 시절에서 개인이 다양한 전자기기를 소유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즐거움 다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건강과 장수입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을 놔두고 늙거나 죽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건강, 의료, 환경, 에너지가 다음 세대 핵심 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구는 고립계입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 없이 내부 자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사용할수록 줄어들고 엔트로피는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지구가 외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공짜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양 에너지입니다. 태양은 지구에 24시간 에너지를 보내고 있으며, 그 양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5,500배에 달합니다. 대한민국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만 해도 17TW로, 전 세계 소비량 15TW보다 많습니다.

    여기서 사용자가 제기한 의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데, 태양 에너지를 대량으로 활용하면 지구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태양 에너지는 이미 지구에 도달하여 대기 순환, 해류, 식물 광합성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로 전환하는 에너지는 전체 태양 에너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기존에 지표면이나 바다가 흡수하던 열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추가 열과 온실가스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관영 교수가 제시하는 해답은 수소입니다.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수소는 이상적입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고, 이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로 전환되면서 물만 배출합니다. 완벽한 순환 구조입니다. 사용자가 언급한 소리 에너지, 빛 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형태의 활용도 미래에는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은 태양-수소 경로입니다.

    물론 태양 에너지의 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넓은 면적에 퍼져서 도달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모으고 저장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원자력, 배터리 자동차, 수소 자동차 등 다양한 솔루션이 논의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수소 경제가 지속 가능한 문명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석유가 150년간 만든 문명은 찬란했지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100년 전 서울과 뉴욕의 차이, 남북한의 차이에서 보듯 발전 방향에 따라 미래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화석연료 시대에서 수소 시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태양이라는 무한한 에너지원과 수소라는 깨끗한 매개체의 결합이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물할 것입니다. 사용자의 통찰처럼 지구는 정말 신기합니다. 우리가 아직 활용하지 못한 에너지 형태가 무궁무진하며, 인류의 창의성이 이를 현실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출처]
    느리지만 쿨한 과학 - 석유를 넘어 수소의 시대로 / 이관영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https://www.youtube.com/watch?v=dpMI56woywU&list=PLFs8qkZ9PQlcRuyRtGShHU80UKVMsTsDI&index=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