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에너지는 탄소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캐리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심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백금 촉매의 높은 비용과 내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연료전지의 작동 원리부터 MEA 제조 기술, 그리고 백금 촉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나노 기술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와 MEA 구조의 이해
연료전지의 기본 원리는 윌리엄 로버트 그로브 과학자가 제안한 수전해의 역반응 개념에서 시작됩니다. 물에 전기 에너지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데, 그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면 물과 함께 전기가 생성되는 원리입니다. 실제 연료전지에서는 두 개의 수소 분자와 한 개의 산소 분자가 만나 두 개의 물 분자를 만들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의 구조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이온 전달 통로인 고분자 막이 위치하고, 양쪽으로는 반응이 일어나는 촉매층이 샌드위치처럼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바깥쪽에는 가스 디퓨전 레이어가 있어 수소와 산소를 효율적으로 촉매층에 공급하며, 마지막으로 유로가 설계된 유로판이 존재합니다. 유로는 수소와 산소가 지나다니는 길로, 지그재그 형태로 뚫려 있어 가스가 오래 머물면서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입니다. MEA는 고분자 이온 교환막과 촉매층이 결합된 구조로, 연료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MEA의 제조 방법은 흥미롭게도 과거 덴버껌의 판박이와 유사한 전사 방식을 사용합니다. 촉매 슬러리를 전사지에 코팅한 후, 고분자 이온 전도 막에 열압착(핫프레싱)하여 촉매층을 전사시키는 방식입니다. 실제 MEA를 보면 가운데 부분에 촉매가 올라간 검은색 층이 보이며, 손으로 만지면 묻어날 정도로 섬세한 구조입니다. 현대 넥쏘와 같은 상용 수소차에는 이러한 MEA가 약 400셀 정도 적층되어 100kW의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 스택을 구성합니다.
백금 촉매의 필수성과 나노 입자 기술의 중요성
연료전지에서 백금 촉매가 필수적인 이유는 산소 환원 반응의 복잡한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음극에서는 수소가 산화 반응을 통해 프로톤(H+)으로 변하고, 양극에서는 산소가 환원 반응을 거쳐 물이 됩니다. 특히 양극에서 일어나는 산소 환원 반응은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데, 이러한 복잡한 연쇄 반응을 가장 효율적으로 촉진하는 물질이 바로 백금입니다. 알칼라인 수전해에서는 니켈과 같은 대체 촉매가 있지만,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에서는 백금을 대체할 만한 물질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백금은 매우 비싼 귀금속입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제시한 연료전지의 기술 목표 중 경제성과 내구성은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특히 연료전지 스택 가격의 41%가 촉매 비용이며, 이는 백금 사용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더욱이 연료전지 반응에는 특이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기체, 촉매, 전해질이 만나는 삼상 계면에서만 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처럼 세 요소가 한 지점에서 만나야만 반응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나노 기술입니다.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듯이, 나노 크기로 백금을 만들면 표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1cm 정육면체의 표면적은 6제곱cm에 불과하지만, 이를 1나노미터 큐브로 쪼개면 표면적이 6천만 제곱cm로 증가합니다. 무려 천만 배의 표면적 증가 효과입니다. 같은 양의 백금을 사용하더라도 나노 입자로 만들면 표면적이 극대화되어 촉매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삼상 계면도 훨씬 많이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노 입자는 표면 에너지가 높아 서로 뭉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카본 블랙이라는 지지체를 사용합니다. 카본 블랙은 육각형 탄소 구조가 구형으로 뭉쳐진 형태로, 표면적이 넓고 전기 전도성이 우수하여 백금 나노 입자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상적인 촉매는 3나노미터 크기의 백금 입자가 카본 블랙 표면에 고르게 분산된 형태입니다.
백금 합금 촉매와 대량 생산의 과제
백금의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접근법은 합금 촉매입니다. 백금에 철, 코발트, 니켈, 구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속을 섞어 나노 입자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순금과 14K 금의 가격 차이처럼, 다른 금속이 섞인 만큼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합금을 만들면 오히려 촉매 성능이 향상된다는 사실입니다. 스테인리스가 철에 다른 원소를 섞어 우수한 성능을 발현하는 것처럼, 백금 합금도 반응물과의 결합력을 최적화하여 활성도가 증가합니다.
볼케이노 플롯에서 보면 순수 백금은 최적점에 가깝지만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원소를 합금하면 바인딩 에너지가 조절되어 최적점에 더욱 근접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코어-쉘 구조는 중심에 저렴한 금속을 배치하고 표면만 백금으로 감싸는 방식입니다. 촉매 반응은 표면에서만 일어나므로 백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격자 간격의 미스매치로 인해 백금의 바인딩 에너지가 조절되어 합금 효과가 나타납니다. 최근 주목받는 인터메탈릭 촉매는 백금과 다른 금속이 원자 단위로 교차 배열된 구조입니다.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밝은 백금과 어두운 코발트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일반 합금 나노 입자를 특정 온도로 열처리하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촉매 기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스탠다드 촉매 대비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대량 생산이 극히 어렵습니다. 예술 작품을 대량으로 복제하기 어려운 것처럼,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된 촉매를 산업 규모로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입니다. 또한 내구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실제 연료전지를 구동하면 백금이 녹아 나가고, 카본이 부식되며, 합금 금속이 용출되고, 나노 입자가 뭉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내구성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최적의 합금 조합을 예측하고, 바인딩 에너지를 계산하여 실험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적·경제적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고성능 촉매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수소 연료전지 기술은 탄소 중립 시대를 위한 핵심 솔루션이지만, 여전히 경제성과 내구성이라는 두 가지 큰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수소의 폭발성 문제는 안전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해결되고 있지만, 백금 촉매의 높은 비용과 장기 안정성은 여전히 연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나노 기술과 합금 촉매, 그리고 AI 기반 설계 기술의 결합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소 에너지가 완전히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에너지 옵션을 제공하며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J59LCsWSmr4&list=PLFs8qkZ9PQlcRuyRtGShHU80UKVMsTsDI&index=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