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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인류 문명은 석유를 중심으로 한 화석 연료 기반 위에 건설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자동차, 제철, 비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석유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요구가 강해지면서 석유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단순한 대체 에너지가 아닌 인류 생존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

    석유 의존 산업 구조와 전환의 어려움

    석유는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산업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등불을 대체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동차 산업, 제철 산업, 석유화학 산업까지 확장되며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이관영 박사가 강조했듯이, 플라스틱 없이는 핸드폰도, 자동차도, 심지어 안경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석유화학 기반 사회는 우리 일상 깊숙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전체 산업을 한꺼번에 바꾸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상용화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수소차를 흔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자동차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생산, 저장, 이송, 활용이라는 전 주기 생태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는 바텀업 방식으로 150년간 형성된 석유 산업을 탑다운 방식으로 일거에 전환해야 하는 난제입니다.
    사용자가 지적한 것처럼, 에너지원만이라도 탄소가 아닌 수소, 태양광, 수력, 풍력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의 가속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존 산업 인프라를 유지한 채 원료만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것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큰 도전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석탄공사는 제1호 공기업으로 폐업했으며, 석탄 발전은 암모니아 혼소로, LNG 발전은 수소 혼소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2050년이 되면 발전소에서 태울 수 있는 것은 수소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그린 수소 생산과 다양한 수소 기술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린 수소, 블루 수소, 청록 수소, 핑크 수소, 화이트 수소 등으로 분류됩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수소로,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입니다. 완전한 탈탄소의 수소 사회를 구현하려면 그린 수소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그린 수소의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블루 수소는 화석 연료에서 수소를 만들되 CCS(탄소 포집 기술)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청록 수소는 메탄, 즉 천연가스를 온도를 높여 처리하면 탄소와 수소로 분리되는데, 이렇게 나온 수소를 말합니다. 핑크 수소는 원자력 발전에서 만들어지는 수소이며, 화이트 수소는 최근 주목받는 기술로 땅속에 수소 형태로 묻혀 있는 천연 수소를 채굴하는 방식입니다. 메탄을 파내듯이 수소도 직접 채굴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완전한 그린 수소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해서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일단 수소를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더 친환경적인 그린 수소로 이동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그린 수소 가격이 kg당 2~3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달성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렇더라도 탄소세가 높아지면 수소 기술의 경제성이 확보되는 크로스오버 시점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한국은 재생 에너지 생산 여건이 좋지 않아 청정 수소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할 계획입니다. 중동, 호주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도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제주도와 전라남도의 잉여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LOHC(액상유기 수소 운반체)나 고체 수소 같은 저장 기술로 국내 수송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로서 수소의 활용과 미래

    수소는 단순히 에너지원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기초 산업의 원료로서도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수소환원 제철이 있습니다. 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에 따르면, 2026년부터는 이산화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공정에서 만든 철은 EU로 수출할 수 없습니다. 포스코 같은 국내 제철사들이 수소환원 제철로 전환하는 이유입니다.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면 CO2 대신 물(H2O)이 나오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비료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버-보슈법으로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결합해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기존에는 천연가스나 석탄에서 얻은 수소를 사용했습니다. 이를 그린 수소로 대체하면 그린 암모니아가 되고, 친환경 비료 산업이 가능해집니다. 더 나아가 플라스틱도 수소 없이는 만들 수 없습니다. 석유는 탄소(C)와 수소(H)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가공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듭니다. 석유를 쓰지 않고 바이오매스에서 플라스틱을 만들려면 산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수소가 필요합니다. 즉, 수소는 탈탄소 시대에도 플라스틱 같은 필수 소재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물질입니다.
    사용자가 우려한 수소의 폭발 위험성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이며, 액화하려면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일본이 액화 수소를 배에 실어 운송했다가 도착 후 열어보니 수소가 모두 증발해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저장과 운송이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러나 고압 수소(700바), 고체 수소 저장 합금, LOHC, 암모니아 등 다양한 저장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관영 박사 연구팀은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대신,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전지에 투입해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융합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는 단계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혁신적 접근입니다.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 센터 에너지 수요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SK가 아마존 웹서비스와 함께 울산에 건설하는 AI 데이터 센터는 최종적으로 1GW 규모로, 이는 원자력 발전소 하나에 해당하는 에너지입니다. 당장은 LNG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SMR(소형 원자로)이나 수소 터빈 같은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두산 에너빌리티는 2024년 CES에서 수소 전소 터빈 모형을 선보였으며, 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성과입니다.
    수소는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구 온도와 CO2 농도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말했듯이, 에너지의 친환경화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지구 프로젝트입니다. 과도기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CCS 같은 기술로 탄소를 줄이면서 전 주기 생태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태양 에너지는 지구에 주어진 유일한 공짜 에너지이며, 이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운송·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합니다.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우리 후손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느리지만 쿨한 과학 - 랩미팅
    https://www.youtube.com/watch?v=TxZIJkRtjfw&list=PLFs8qkZ9PQlcRuyRtGShHU80UKVMsTsDI&index=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