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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폐배터리 처리라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우중제 박사가 제시한 배터리 재활용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배터리는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 수명을 다한 후의 처리 방법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환경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망초 문제
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크게 건식 공정과 물리적 전처리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뉩니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를 고온에서 태워 금속을 회수하는 방식이며, 물리적 전처리는 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해체하여 분쇄하는 방식입니다. 성일하이텍 같은 국내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리적 전처리 공정에서는 양극재를 황산과 과산화수소로 침출시킨 후, 용매추출 방식으로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의 금속을 분리해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Na2SO4, 즉 망초입니다. 강산을 사용해 금속을 녹인 후 NaOH로 중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망초가 생성되는데,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중제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30~40년 기준으로 배터리 공정에서만 나오는 망초의 양이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매립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는 단순히 배터리를 만들 때뿐만 아니라 재활용할 때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재활용 업체들은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군산의 성일하이텍, 광양의 포스코, 포항의 에코프로 모두 바다 근처에 있는 이유는 고염 폐수를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환경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안으로 증발 공정을 통해 물을 날리고 망초만 남기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또한 전기분해를 통해 망초를 다시 산과 염기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배터리 산업이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재활용 과정에서 이토록 큰 환경 부담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모순입니다.
차세대 기술, 배터리 업사이클링의 가능성
전통적인 재활용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업사이클링입니다. 병뚜껑을 녹여 금속을 회수하는 것이 재활용이라면, 병뚜껑을 그대로 활용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업사이클링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집중하고 있는 배터리 업사이클링 기술은 폐양극재를 완전히 분해하지 않고, 구조와 조성을 개선하여 더 나은 양극재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양극재의 구조적 개선은 단입자 기술과 연결됩니다. 기존 양극재는 작은 1차 입자들이 모여 2차 입자를 형성하는 구조였는데,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압착될 때 쉽게 깨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형 양극재는 단결정 구조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훨씬 뛰어납니다. 업사이클링 기술은 폐양극재를 열처리하여 이러한 단결정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지저분하고 작은 입자들이 모여 있던 폐양극재가 열처리 후에는 깨끗한 단결정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성 개선은 더욱 혁신적입니다. 니켈 함량이 50% 정도인 NCM 양극재를 회수한 후, 여기에 니켈을 추가로 투입하고 적절히 구워주면 니켈 함량을 8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증가하여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20~30% 늘어납니다. 20년 전 휴대폰을 아무리 깨끗하게 복원해도 현재 사용하기 어려운 것처럼, 단순히 옛 양극재를 회수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사이클링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탄소 배출량 감소입니다. 광물 채굴부터 시작하는 전통적 공정에 비해 업사이클링은 이미 만들어진 양극재를 개선하는 것이므로 공정 단계가 대폭 줄어듭니다. 기존 재활용 기술 대비 탄소 발생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이 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경쟁적으로 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향후 배터리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K배터리 위기와 재활용 산업의 역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현재 18%까지 떨어졌으며, 향후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술력, 원료, 자본,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처럼 코발트 대신 철을 사용하는 저가 배터리 기술에서 중국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발트가 100원이라면 니켈은 55원, 망간은 7원, 철은 0.4원입니다. 양극재의 주요 재료를 값비싼 코발트에서 저렴한 철이나 망간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재 트렌드입니다. 심지어 리튬을 소듐(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나트륨 배터리도 상용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저가화 추세는 재활용 업체들에게 치명적입니다. 배터리가 저렴해질수록 재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금속의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NCM 111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킬로와트시당 약 5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회수한 금속을 판매해도 6.7달러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NCM 811처럼 코발트 함량이 낮은 배터리는 손실이 더 큽니다. 재활용 업체가 폐배터리를 무상으로 받아도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리튬 가격이 2021년 대비 10배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한 것처럼 금속 가격 변동성도 심해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배터리 여권 제도와 재활용 원료 의무 비율을 도입했습니다. 2031년까지 리튬의 6%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하며, 2035년에는 12%로 두 배 증가합니다. 탄소 발자국 기재 의무화도 재활용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광물 채굴 단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므로,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재활용 원료 사용이 필수가 됩니다. 또한 중국은 석탄 발전 비중이 높아 배터리 생산 시 킬로와트시당 98kg의 CO2를 배출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이 높은 유럽은 65kg만 배출합니다. 탄소 규제는 곧 중국 견제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안정화되고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도 안정화되는 시점이 옵니다. 그때가 되면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금속만으로도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도시 광산' 시대가 열립니다. 광물 분포를 보면 호주, 콩고, 칠레 등이 주요 매장국이지만, 실제 전기차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미국과 유럽입니다. 결국 사용 후 배터리가 쌓이는 곳이 새로운 광산이 되며, 자원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천연 자원이 없지만, 재활용 기술로 이 새로운 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현대 문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망초 폐기물, 경제성 문제,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잡한 과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업사이클링, 배터리 자체 복원 기술 등 차세대 솔루션이 절실합니다. 우중제 박사가 강조한 것처럼, 자원의 판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과학 기술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배터리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거나 완전히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혁신적 발상이 K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Op6pD3ZCtdI&list=PLFs8qkZ9PQlcRuyRtGShHU80UKVMsTsDI&index=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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