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처리장은 생활하수, 산업폐수, 빗물 등이 섞여 유입되는 복잡한 오염수를 정화하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이러한 정화 과정의 중심에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미생물은 슬러지 내에서 유기물을 분해하고, 암모니아를 산화하며, 오염물질을 안정화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활성슬러지 공정은 미생물의 활동을 최대한 활용하는 대표적인 생물학적 정화 기술로, 하수처리장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본문에서는 하수처리장에 존재하는 핵심 미생물 군집과 그들의 역할을 슬러지, 분해, 산화 측면에서 상세히 정리합니다.
활성슬러지 내 미생물 군집과 슬러지 구조
하수처리장의 핵심은 활성슬러지입니다. 활성슬러지는 미생물과 유기물, 무기물로 구성된 복합 생물 집단으로, 하수 처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배양된 생물학적 슬러지입니다. 슬러지 내부에는 세균, 원생동물, 후생동물 등이 함께 서식하며, 이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정화 성능을 좌우합니다. 활성슬러지의 주 구성원은 세균으로 전체 미생물의 약 80~90%를 차지합니다. 이 세균들은 슬러지 플록이라는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대표적인 플록 형성균에는 Zooglea ramigera가 있습니다. 조글로에아는 점액질을 분비하여 미생물이 서로 결합하도록 돕고, 오염물질이 플록에 쉽게 흡착되도록 합니다. 또한 활성슬러지에는 원생동물과 윤충류가 포함되어 있어 세균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슬러지 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원생동물은 세균을 섭취하면서 하수 중 부유물질을 제거하며, 슬러지 침전성을 개선합니다. 슬러지 구조는 미생물의 생태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플록의 크기·밀도·형태는 정화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적절한 산소 공급과 유입수의 오염 농도가 맞춰져야 안정적인 슬러지가 유지되며, 이는 전체 정화 시스템의 기본 기반이 됩니다.
유기물 분해를 담당하는 핵심 미생물
하수 속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기름, 세제, 각종 유기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미생물이 분해하지 않으면 부패와 악취를 유발하며, 정화가 불가능합니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다양한 분해 미생물이 존재하여 오염물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해합니다. 대표적인 분해 미생물에는 Bacillus, Pseudomonas, Acinetobacter, Flavobacterium 등이 있습니다. Bacillus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지방분해효소·셀룰라아제 등 다양한 효소를 생성하여 난분해성 유기물을 빠르게 분해합니다. 특히 바실러스는 슬러지 안정화와 악취 감소에도 기여합니다. Pseudomonas는 기름, 유기용제, 페놀류 등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분해하며, 생물학적 하수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cinetobacter는 인 축적 능력이 뛰어나 인 제거 공정에서 중요한 미생물로 활용됩니다. 또한 혐기성 분해 단계에서는 클로스트리디움과 같은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지방산·알코올 등 중간산물로 분해하며, 이후 메탄생성균이 이러한 산물을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전환합니다. 이 과정은 슬러지 감량 및 바이오가스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분해 미생물은 유기물 제거의 핵심 축을 담당하며, 하수처리의 초기 단계부터 최종 슬러지 안정화 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암모니아 산화와 오염물질 안정화를 수행하는 미생물
하수처리에서 핵심적인 또 다른 과정은 질소 제거입니다. 암모니아는 물고기나 사람에게 독성을 가진 물질로, 반드시 산화·전환 과정을 통해 안전한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이때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바로 질산화균입니다. 질산화 과정은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째, Nitrosomonas가 암모니아를 아질산으로 산화합니다. 둘째, Nitrobacter가 아질산을 질산으로 산화합니다. 이 두 미생물은 매우 느리게 증식하지만,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강력한 산화력을 발휘합니다. 질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물질이며, 이후 탈질균(denitrifying bacteria)에 의해 질소 기체로 전환되어 대기로 방출됩니다. 탈질 과정에서는 Paracoccus, Pseudomonas, Bacillus 등이 활발하게 작용합니다. 이 미생물들은 무산소 환경에서 질산염을 전자수용체로 활용해 질소 가스를 만들어 방출함으로써 수질 내 질소 농도를 감소시킵니다. 또한 하수처리장에는 금속·황화합물·유기산 등을 안정화시키는 다양한 산화 미생물도 존재합니다. Thiobacillus는 황화수소를 산화하여 악취를 제거하고, 철산화균은 철 이온의 산화·환원 순환을 조절해 슬러지의 침전성과 처리 효율을 높입니다. 이러한 산화·환원 미생물은 하수 내 독성 물질을 안정된 형태로 전환해 정화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을 강화합니다.
결론적으로, 하수처리장의 핵심 미생물은 슬러지 구조 형성, 유기물 분해, 암모니아 산화, 질소 제거, 악취 및 독성 물질 안정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들은 화학약품 없이도 하수를 친환경적으로 정화하는 자연 기반 기술의 중심이며, 미래의 지속 가능한 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생물 생태를 이해하고, 안정적인 슬러지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