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자원의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중 수소에너지는 연소 시 물만을 배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적 수소 생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물속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발효, 대사, 효소 반응을 통해 수소를 생성하며, 저비용, 저탄소, 고효율의 바이오 수소 생산 공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본 글에서는 수소에너지와 물속 미생물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주요 미생물 종, 발효 메커니즘, 대사 경로, 그리고 바이오에너지 산업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생물학적 수소에너지 생산의 개요
수소에너지는 일반적으로 화학적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이 과정은 고온, 고압, 높은 전력 소비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생물학적 수소 생산입니다. 생물학적 수소생산은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대사 능력을 이용해 유기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낮은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수소 생산 방식은 주로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암발효: 혐기성 환경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성
- 광발효: 빛을 이용해 유기산을 분해하며 수소를 생산
- 직접 광분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물을 분해하여 수소 생성
- 간접 광분해: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과 발효를 순차적으로 수행
이 중에서도 암발효와 광발효는 실험실 및 산업현장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여기에 사용되는 미생물은 대부분 물속에 서식하는 혐기성 세균이나 광영양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생물반응기 내부 또는 폐수 내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내며, 기존 폐수처리와 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습니다.
2. 발효와 대사의 핵심 수소 생산에 관여하는 물속 미생물
물속 미생물은 다양한 대사 경로를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 생산 과정에는 특정 효소와 조효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미생물 군은 첫 번째로 클로스트리디움 속 입니다. 이 속의 박테리아는 대표적인 혐기성 발효균으로, 유기산, 당류, 폐유기물 등을 분해하여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생성합니다. 특히 Clostridium butyricum, Clostridium acetobutylicum은 수소 수율이 높고, 다양한 유기물 기질에 반응할 수 있어 생물반응기 내 수소 생산에 널리 활용됩니다. 두 번째는 엔테로박터 속 입니다. 이들은 장내 세균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나, 암발효 조건 하에서 당류를 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Enterobacter aerogenes는 포도당을 빠르게 분해하고, 비교적 높은 수소 생산 속도를 보여 실험실 규모의 수소 생산 연구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녹조류 및 남세균은 광합성 기반 수소 생산에 관여합니다. Chlamydomonas reinhardtii와 같은 녹조류는 일정 조건에서 히드로게나아제를 발현하여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생성합니다. 남세균의 일부 종은 니트로게나아제를 활용해 수소를 생성할 수 있으며, 빛과 질소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활발히 작동합니다. 황색세균 및 광영양 미생물은 대표적으로 Rhodobacter sphaeroides, Rhodopseudomonas palustris 등이 있으며, 이들은 유기산을 광에너지로 분해하면서 수소를 생성합니다. 이 과정은 광발효라 불리며, 폐유기산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의 공통점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히드로게나아제나 니트로게나아제와 같은 효소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효소들은 기질에서 전자를 추출해 수소이온(H⁺)에 전달함으로써 분자 수소(H₂)를 생성합니다. 효소 활성은 온도, pH, 중금속, 산소 농도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조건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3. 물속 미생물이 여는 친환경 에너지 시대 바이오 수소
물속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장점으로 인해 바이오에너지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생물학적 수소 생산은 공정 자체에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특히 조류 기반 광분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하수, 축산 폐수,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유기물을 추출하여 미생물 수소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경 문제 해결과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접근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미생물로 처리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그 수소를 다시 정수장 내 전력 공급에 사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정수 시스템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에너지 비용 절감과 함께 스마트 물관리 기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수율이 낮고 공정 유지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고효율 균주 개발, 연속 반응기 설계, 폐열 이용 등으로 실용화 단계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는 바이오 수소를 차세대 수소경제 기반 기술로 인식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합니다. 수소 생산의 지속성 유지, 공정의 안정성, 수율 향상, 수소 정제 비용 절감 등이 그 과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생태학, 생물공정공학, 생물정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가 필요합니다. 향후에는 인공광합성 기술과 미생물 수소 생산 기술이 결합되어, 빛, 이산화탄소, 물만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고효율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수소에너지는 더 이상 미래의 에너지가 아니라, 지금 준비하고 실현해야 할 청정 에너지 자원입니다. 그리고 이 수소에너지의 지속 가능한 생산 방법으로, 물속 미생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미생물은 인간이 만든 기계보다 더 정교하게 자연의 원리를 따라 수소를 만들어내며,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고, 에너지 순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생물학계는 이러한 미생물의 능력을 이해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바이오 수소 생산은 환경 보전과 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배출하는 유기물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로 다시 환경을 지키는 순환 시스템이 일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용히 수소를 만들어내는 물속 미생물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