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가정에서 이미 인덕션과 전기장판으로 익숙한 전기화 기술이 이제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포스코, 바스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혁신적 공정을 도입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전기화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혁명적 변화입니다.

전기가열 기술의 원리와 산업 적용
전기가열 기술은 크게 저항가열, 유도가열, 마이크로웨이브 가열로 나뉩니다. 저항가열은 전기저항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가 대표적입니다. 유도가열은 자기장을 이용해 금속 내부에서 직접 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인덕션이 이에 해당합니다. 마이크로웨이브 가열은 전자레인지처럼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질 내부의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전기가열 기술이 산업계에 적용되면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2026년부터 전기화 기술을 가동하여 기존 대비 이산화탄소를 75%까지 줄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2015년 수익성 문제로 중단했던 기술을 6억 원을 투입해 새롭게 개발한 것입니다. 독일 바스프는 석유화학의 핵심 공정인 크래킹에 전기화 기술을 적용한 e-크래커를 선보였습니다. 크래킹은 납사를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기초 유분으로 변환하는 공정으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합니다. 바스프는 이 공정에 전기가열을 도입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기가열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입니다. 실험 영상에서 전기가열은 불과 11초 만에 수소를 생산해 모형 자동차를 작동시킨 반면, 기존 가열 방식은 8분이 지나서야 수소가 검출되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바퀴를 돌릴 만큼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기가열이 에너지를 직접 전달해 반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기가열은 on-off 제어가 즉각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끄더라도 잔열이 오래 남지만 전기는 즉시 냉각됩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모두 우수합니다.
VOC제거와 대기오염 물질 저감 기술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Volatile Organic Compound)은 2차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입니다. 냄새가 나는 대부분의 물질이 VOC에 해당하며, 페인트, 향수, 고기 굽는 냄새, 주유소 냄새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들은 대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로 변환되는데,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70~80%가 이러한 2차 미세먼지입니다. 1차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처럼 직접 배출되는 먼지인 반면, 2차 미세먼지는 NO2, SO2 같은 가스 상태 물질이 대기 중에서 반응해 생성됩니다.
전기화 기술은 VOC 제거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벤젠(C6H6)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산소와 함께 가열하면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분해됩니다. 유기화합물은 탄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어 완전 연소시키면 무해한 물질로 전환됩니다. 실험 결과 전기가열 방식은 히팅 온 즉시 VOC 농도가 1000에서 급격히 감소한 반면, 기존 외부가열 방식은 한참 후에야 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히팅 오프 시에도 전기가열은 즉시 농도가 상승(냉각)했지만 기존 방식은 천천히 반응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실제 공장에 적용해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NOx(질소산화물)와 CO(일산화탄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도 전기화 기술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자동차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데, 전기가열 촉매를 통해 무해화시킵니다. 실험 그래프를 보면 전기 히팅을 켜는 순간 NOx와 CO가 동시에 급감했다가 끄면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자동차 매연 저감 장치에도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도로 운행 중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측정하며 개발된 촉매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화학으로 만든 문제는 화학으로 해결한다는 접근입니다.
수소생산과 미래 에너지 전환 기술
수소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에너지원입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을 생성하며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현재 수소차는 고압 수소 탱크에 기체 수소를 저장해 사용하지만, 연구진은 액상 수소저장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이 물질은 벌집 모양의 촉매와 함께 전기가열하면 수소를 방출합니다. 액상 저장 방식은 부피가 작고 안전성이 뛰어납니다. 실제로 불을 붙여도 거의 착화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합니다.
실험에서 전기가열과 기존 가열의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전기가열은 11초 만에 충분한 수소를 생산해 모형 자동차의 바퀴를 돌렸습니다. 반면 기존 가열은 8분이 지나서야 수소 센서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그마저도 찔끔찔끔 나와 바퀴를 돌릴 만큼 에너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는 전기가열이 수소를 한 번에 확 발생시켜 즉각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함을 보여줍니다. 히트 펌프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벨기에는 맥주 생산에 히트 펌프를 적용해 e-BEER라는 친환경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맥주 한 잔 생산 시 자동차 7km 운행과 맞먹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히트 펌프로 발효 온도를 유지하면 최대 9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화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가정용 인덕션이나 전기장판은 100도 안팎이지만 산업용은 300도, 500도, 심지어 10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온을 견디는 재질 개발, 전기 발열 소재 연구, 촉매와 발열 소재의 융합 기술이 필수입니다. 마이크로웨이브 가열의 경우 골고루 가열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 모드 스터러로 전자기파를 반사시키거나 가열 대상을 회전시키는 '양꼬치의 법칙'을 적용합니다. 타원의 초점 원리를 이용한 장치 설계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 초점에서 나온 마이크로웨이브 파가 타원 벽면에서 반사되어 모두 반대편 초점(촉매 베드)으로 집중되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수소차는 연료전지 방식이지만,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수소 내연기관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BMW와 도요타가 이미 수소 엔진 차량을 시험 중입니다. 수소는 연소 시 물만 배출하므로 진정한 친환경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소의 폭발 범위가 넓고 화염 속도가 빨라 엔진 설계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전기가열 기술과 수소 생산 기술이 결합되면 더욱 효율적인 수소 경제가 실현될 것입니다.
전기화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있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소재 개발과 장치 설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포스코와 바스프의 도전, VOC 제거 기술, 수소 생산 혁신은 모두 탄소중립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제안한 수소 폭발 엔진처럼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창의적 발상이 더해질 때,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완성될 것입니다. 화학으로 만든 문제를 화학으로 해결하는 결자해지의 정신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입니다.
[출처]
안될과학 - 랩미팅: https://www.youtube.com/watch?v=n7wS_6SZ6Uo&list=PLFs8qkZ9PQlcRuyRtGShHU80UKVMsTsDI&index=48